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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강 DB형 vs DC형, 나에게 맞는 퇴직연금은?

지난 1화에서는 퇴직금과 퇴직연금이 어떻게 다른지, 왜 퇴직연금이라는 제도가 도입됐는지 살펴봤습니다. 오늘은 한 걸음 더 들어가 보려고 합니다. 퇴직연금 안에도 종류가 있다는 사실, 알고 계셨나요?

 

"DB형? DC형? 이름은 들어봤는데..."

 

DB형, DC형. 이름은 한 번쯤 들어보셨을 텐데요. 막상 어떤 차이인지, 나에게는 어떤 유형이 맞는 건지 선뜻 답하기 어려우신 분들이 많으실 겁니다. 오늘은 이 두 유형의 차이를 근로자와 사업주 양쪽 입장에서 차근차근 짚어보겠습니다.

 

 

1. DB형과 DC형, 무엇이 다를까?

 

가장 핵심적인 차이는 퇴직연금을 '누가 관리하느냐'입니다. 이 한 가지 차이에서 나머지 모든 것이 달라집니다.

 

 

 

 

 

DB형(확정급여형) — 회사가 관리

 

DB형은 회사가 관리합니다. 근로자는 나중에 퇴직할 때 일정하게 산정된 금액을 받게 되는데, 일반적으로 퇴직 직전 3개월 평균 임금과 근속연수를 기준으로 퇴직급여가 계산됩니다. 

회사가 책임지고 관리하기 때문에 근로자 입장에서는 운용 과정을 별도로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퇴직급여 산정 방식이 기존 퇴직금 제도와 동일하고, 다만 퇴직급여를 외부 금융기관에 보관한다는 차이가 있습니다.

 

 

 

DC형(확정기여형) — 근로자 본인이 관리

 

DC형은 근로자 본인이 직접 관리합니다. 회사가 매년 연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가 직접 관리할 수 있는 퇴직연금 계좌에 넣어주면, 그다음은 근로자가 예금이나 투자 상품 등에 자유롭게 가입하여 관리하는 구조입니다. 따라서 퇴직 시에 수령하게 되는 최종 수령액은 적립된 금액에 운용 성과가 더해지거나 빠지면서 결정됩니다.

 

 

 

정리하면 DB형은 회사가, DC형은 근로자 본인이 관리하는 방식입니다. DB형은 회사가 직접 관리하기 때문에 운용 결과와 관계없이 근로자는 정해진 방식대로 퇴직급여를 받습니다. 운용이 잘됐다면 그 이익은 회사에 귀속되고, 손실이 났다면 그 손실도 회사가 책임집니다. 반면 DC형은 운용 결과가 그대로 근로자의 수령액에 반영됩니다. 즉, 수익과 손실 모두 근로자가 부담하는 구조입니다.

 

 

2. 같은 조건, 다른 결과 — 수치로 보는 차이

 

두 유형의 구조적 차이는 이해가 됐는데요, 실제 사례를 통해 보면 더 와닿을 것 같습니다. 근로자 A씨가 입사 첫해 월급 200만 원, 이후 매년 5%씩 임금이 오르는 조건으로 3년 뒤 퇴직했다고 가정해보겠습니다.

 

 

 

 

 

B형이라면 퇴직 직전 임금을 기준으로 계산합니다. 3년차 월평균 임금이 약 220만 원이라면, 여기에 근속연수 3을 곱해 퇴직급여는 약 660만 원이 됩니다.

 

DC형이라면 회사가 매년 그 해 임금 기준으로 계좌에 적립합니다. 1년차 약 200만 원, 2년차 약 210만 원, 3년차 약 220만 원으로 원금 합계는 약 630만 원 수준입니다. 원금만 두고 보면 DB형이 더 많은 금액을 받는 것처럼 보이지만, DC형의 경우 매년 미리 퇴직연금 계좌로 정산받기 때문에 원리금보장형 상품에 가입해 금리를 받거나 투자 상품 등에 투자하여 수익이나 손실이 발생할 수 있어, 꼭 DB형이 유리하다고 볼 수만은 없습니다.

 

임금 상승 폭이 클수록 DB형의 퇴직급여 산정 기준도 함께 높아지는 구조이기 때문에, 임금이 꾸준히 오르는 분들은 DB형에서 그 혜택을 자연스럽게 받게 됩니다. 반대로 임금 상승률이 낮거나 임금피크제 적용을 앞두고 있어서 마지막 임금이 낮아질 것으로 예상되는 분들은 상황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DB형은 퇴직 직전 임금을 기준으로 삼기 때문에, 마지막 임금이 낮아지면 그동안 쌓아온 퇴직급여 전체가 낮은 기준으로 재계산될 수 있습니다. 이런 경우 DC형으로의 전환을 미리 고려해보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수 있습니다. 이미 적립된 금액은 이후 임금 변동에 영향을 받지 않기 때문입니다.

 

 

 

3. 근로자 입장 — 내 상황에 맞는 유형은?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 있는 분들이 어떤 유형을 고려해볼 수 있는지 정리해보겠습니다.

 

 

 

 

① 임금 상승이 꾸준히 예상되는 경우

 

앞으로 승진이나 연봉 인상 가능성이 높은 분들이라면 DB형이 잘 맞을 수 있습니다. 경력을 쌓으면서 임금이 자연스럽게 오르고, 퇴직 직전 임금이 높아질수록 퇴직급여도 함께 늘어나는 구조이기 때문입니다. 운용 방식을 따로 신경 쓰지 않아도 임금 상승 자체가 퇴직급여를 키우는 역할을 합니다.

 

 

② 임금 상승 폭이 크지 않거나, 임금피크제 적용 예정인 경우

 

이런 분들에게는 DC형으로의 전환이 하나의 선택지가 될 수 있습니다. 다만, 전환을 결정하기 전에 반드시 본인의 상황을 꼼꼼히 따져봐야 합니다. 임금피크제 적용 이전에 전환해야 효과가 있고, 전환 후 다시 DB형으로 되돌리기는 어렵기 때문입니다. 전환 여부는 회사 담당 부서나 퇴직연금 사업자와 먼저 상담해보시는 것이 좋습니다.

 

 

DB형이나 DC형 중 근로자가 자유롭게 선택할 수 있는지 궁금하실 텐데요, 이는 회사의 퇴직연금 규약에 따라 달라집니다. 회사와 근로자가 합의하여 한 가지 제도만 도입했다면 단일 유형만 적용되어 선택이 불가능합니다. 하지만 두 유형 모두를 도입하여 근로자가 선택할 수 있는 경우라면, 본인에게 더 적합한 제도를 선택할 수 있습니다.

 

"어떤 유형이 더 낫다는 정답은 없습니다 — 내 상황이 기준입니다"

 

어떤 유형이 무조건 유리하다기 보다, 본인의 임금 흐름, 직종, 앞으로의 커리어 방향 등 상황에 따라 더 잘 맞는 유형이 달라집니다. 지금 내 상황을 먼저 파악하는 것이 출발점입니다.

 

 

 

4. 사업주 입장 — 제도 선택 시 무엇이 달라지나?

 

지금까지는 근로자 입장에서 살펴봤는데요, 사업장을 운영하시는 분들도 이 두 유형 중 하나를 선택해서 직원들에게 적용해야 합니다. 근로자 입장에서는 얼마를 받는지, 어떻게 관리되는지가 중요하다면, 사업장 입장에서는 이 돈을 어떻게 회계·세무 처리하느냐, 그리고 그 책임을 어떻게 지느냐가 더 중요한 문제입니다.

 

DB형 도입 시

 

DB형은 회사가 퇴직급여를 직접 운용하는 구조입니다. 운용 성과가 좋아서 수익률이 임금 상승률보다 높다면, 회사가 앞으로 추가로 채워 넣어야 할 금액이 그만큼 줄어듭니다. 그러나 반대로 운용에서 손실이 생겼다면 그 손실도 회사가 책임지고 메워야 합니다. 또한 매년 미래에 줄 퇴직급여 규모를 다시 계산해서 장부에 반영하는 절차가 필요하고, 임금 상승에 따라 해마다 수치가 달라지기 때문에 세무 신고 시에도 별도 조정이 따릅니다.

 

 

DC형 도입 시

 

DC형은 매년 임금총액의 12분의 1 이상을 근로자 계좌에 납부하면 그 시점에서 회사의 의무가 끝납니다. 납부한 금액은 그 즉시 비용으로 처리되고, 세무 신고에서도 별도 조정 없이 그대로 인정됩니다. 매년 부담해야 할 금액이 미리 예측 가능하고 회계 처리도 단순한 편이기 때문에, 별도의 회계·세무 인력을 갖추기 어려운 소규모 사업장에서는 이 점이 실질적인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DB형은 운용 성과에 따라 부담이 달라지고 관련 절차도 복잡한 반면, DC형은 매년 정해진 금액을 납부하기 때문에 예측과 처리가 단순합니다. 다만 DC형이 사업장 입장에서 비용 부담이 적다는 의미는 아닙니다. 근로자에게 들어가는 퇴직급여 총액은 임금 수준에 따라 정해지는 것이고, 두 제도의 차이는 '그 부담을 어떻게 계산하고, 누가 어떤 방식으로 책임지느냐'에 있습니다. 자체적으로 자산을 관리할 여력이 있는 사업장이라면 DB형도 충분히 합리적인 선택이 될 수 있습니다.

 

 

 

핵심 정리 

 

  • DB형은 회사가 운용하고, DC형은 근로자가 직접 운용하여 책임 주체가 다릅니다.
  • 임금 상승 흐름, 임금피크제 여부 등 내 상황에 따라 더 잘 맞는 유형이 다릅니다.
  • 사업장은 운용 책임 구조와 회계·세무 처리 방식을 고려해 제도를 선택해야 합니다.

     

    "퇴직연금은 한번 정하면 바꾸기 어려운 노후자산입니다"

     

퇴직연금은 한번 선택하면 쉽게 바꾸기 어렵고, 장기간에 걸쳐 노후를 준비하는 중요한 자산입니다. 지금 내 유형이 무엇인지, 그리고 지금의 상황에서 그 유형이 잘 맞는지 오늘 한 번 꼭 확인해보시길 권해드립니다.